“활동지원사 도움 없인 마스크 한 장 살 수 없어요”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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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 도움 없인 마스크 한 장 살 수 없어요” [밀착취재]

관리자 0 613
“활동지원사 도움 없인 마스크 한 장 살 수 없어요” [밀착취재]

시각장애 정태환씨 구매 동행기 / 마스크 판매처 앱으로 확인 해야 / 휴대폰 의지해야 재고수당 알아 / 가족 없는 장애인은 사실상 못 사 / “이·통장 등 마스크 지급" 제안도


시각장애인 정태환씨(왼쪽)가 지난 16일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활동지원사의 부축을 받아 약국으로 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한 달에 네 번. 어쩌면 이제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구하는 공적 마스크 2장. 하지만 누군가에겐 아직도 마스크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시각장애인들이 대표적이다.

15년 전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정태환(41)씨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도동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정씨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 좋았던 시력이 점점 나빠지면서 아예 안 보이게 됐다고 전한 그는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즈음부터 비슷한 처지의 시각장애인을 도우려 복지관에서 일했다고 한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정씨가 이날 처음으로 직접 마스크를 사려고 한다길래 따라나섰다. 그는 “지금까지는 항상 복지관 직원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흰 지팡이를 꺼내든 정씨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약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각장애인에겐 버거운 셈이다.활동지원사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사리 약국에 도착한 정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사 앞에 선 그는 지갑을 뒤적이더니 “이게 맞나요?”라고 물으며 뭔가를 꺼내 들었다. 신분증이었다. 구매자 신분을 확인한 약사가 마스크 2장을 건네자 그는 5만원짜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경우 마스크 판매처를 알아보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다. 비장애인은 몇 차례 휴대전화 터치만으로 마스크 판매 약국과 재고수량을 확인한 뒤 구매처로 가면 되나 시각장애인은 그리 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어렵게 약국을 찾아가도 마스크가 동나 헛걸음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시각장애인의 마스크 수급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지현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팀장은 “활동지원사가 없는 시각장애인은 사실상 마스크 구매가 힘들다”며 “이 때문에 온종일 꼼짝없이 집 안에서 생활해야 해 고충이 크다”고 했다.



점자를 새긴 우편을 이용하거나 이장이나 통장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마스크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민호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인력을 투입해 시각장애인의 집에 마스크를 직접 배송해주고 이들의 건강 상태도 함께 점검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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