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의 눈이죠” (경북매일 2012.04.29.)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서 점자교육 수강생들
장애의 벽 허무는 `소통의 언어 `배우기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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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 2층 제1프로그램실에서 10여명의 수강생들이 점필(점자를 쓸 때 점자지에 점을 찍는 도구)을 이용해 점자를 찍고 있다. | ||
6개의 점으로 만들어 낸 또 다른 한글인 `점자`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있다.
지난 27일 오후 2시께 경상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 2층 제 1프로그램실. 자신의 손이 다른 이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툭툭툭` 각각 붙여진 번호에 점 찍는 작업에 열심이다.
이들은 지난 3월19일께 경상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주관한 2012년 상반기 주민 점자 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한 수강생들. 10여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매주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점자는 종이 위의 도드라진 점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읽는 시각장애인용 문자다.
수강생들은 점자라는 또 다른 한글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점자교육 수강생 이은진(21·여·시각장애인 6급)씨는 3살 때 한쪽 눈을 다쳤다. 다행히 시력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 사고를 계기로 은진씨는 시각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장애인들을 만나 왔고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위덕대학교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은진씨는 “최근에 점자책을 접할 기회가 있어 보게됐는데 신기했다”면서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점자교육을 실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신청을 하게 됐는데 배운 점자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도 더 찾아볼 생각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순환(53·여)씨는 7∼8년 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워드 입력 봉사를 하고 있다.
점자도서관에서 일하는 순환씨는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점자를 가르쳐 준다는 말에 아는 동생과 함께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다. 배우는 동안 많이 어렵기도 했지만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점자를 쓰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망막에 구멍이 생기는 안과 질환인 황반 원공 때문에 수술을 받은 전유정(44·여)씨는 “점자교육을 받으면서 이제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정씨는 수술 전 2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점자책을 찾는 시각장애인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책 읽기를 어려워했다. 이번에 교육을 받고서야 유정씨는 그 궁금증이 풀렸다.
어떤 특별한 규칙이 있다기 보다 외워서 배워야 하는 점자이기에 시각장애인들이 읽는데도 어려울 수 있을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유정씨는 “오늘 처음으로 모텍스(점자를 찍어 사물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든 투명 테이프)에 점자를 찍어봤는데 더 힘을 줘서 힘들긴 했지만 책이나 다른 곳에 붙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점자는 재미있고 신기한 언어인 것 같아서 열심히 하는데 아직도 어렵다”고 말했다.
점역교정사 홍혜진(26·여·시각장애인 1급)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는 점자인데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점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이번 점자교육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