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시각장애인들 "QR코드 출입, 어떻게 하는건가요"
공공시설 출입하려면 필요한데 다른사람 도움없인 발급 어려워…
대부분 손으로 개인정보 남겨
5일 오후 5시쯤 홀로 서울 종각 인근 한 뷔페식당을 찾은 70대 임모씨는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입구엔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인식 장치가 있었고, 뷔페 직원이 "절차를 잘 모르면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임씨는 "QR코드가 뭔지 모른다"며 다른 식당을 찾아 나갔다.
장애인 시설도 혼자 QR코드를 이용하긴 어려웠다. 3일 오전 10시쯤 중증 시각 장애를 가진 한모씨가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 들어서자 복지관 직원이 한씨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QR코드를 찍었다. 한씨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 버튼 등을 누르고, 코드를 유효 시간 15초 내에 기계 화면에 맞춰 대는 걸 혼자 할 순 없다"고 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은 "뭔가 출력을 위해 PC방을 가거나, 스트레스를 풀러 집 주변 노래방을 찾아도 직원 도움 없인 출입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실내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뷔페, 주점뿐 아니라 공공시설 등 입구엔 출입 기록을 남기는 QR코드 도입이 늘고 있다. 연락처 등을 손으로 적는 수기(手記) 방식은 펜을 통해 전파가 일어날 수 있고, 가짜 정보를 적을 우려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QR코드는 방문자 개인정보가 담긴 정사각형 모양 코드로, 네이버·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중증 시각 장애인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에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서울 노원구청 출입구엔 QR코드 이용 방법 등이 그려진 입간판도 놓여 있었다 .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열 명에 아홉 명꼴로 QR코드보단 수기 작성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최근 QR코드 발급 업체인 네이버·카카오 등에 "시각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QR코드를 사용할 수 있게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측에)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