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굶은 60대 시각장애인, 경찰도움으로 추석연휴 무사히 보내
이틀 굶은 60대 시각장애인, 경찰도움으로 추석연휴 무사히 보내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추석 연휴에 굶주림을 호소하며 도로에서 비틀거리던 시각장애인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추석연휴를 보냈다.
광주 서부경찰서 농성파출소 소속 박광철(48) 경위와 김준환(29) 순경은 지난 12일 오후 4시 45분께 양동시장 일대를 순찰하다가 A(62)씨를 발견했다.
연휴 첫날 장을 보러 나온 인파와 차들로 복잡한 시장 안쪽 도로에 시각장애 4급인 A씨가 위태롭게 서 있었다.
과거 두어차례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봉지가 안 보인다"는 A씨의 신고를 받고 그의 집에 출동한 적이 있던 박 경위는 얼굴을 알아보고 다가갔다.
차들로 복잡한 데 왜 나와 있느냐는 박 경위의 질문에 A씨는 갑자기 "배가 고파 죽겠소. 나 좀 살려주시오"라며 눈물을 흘렸다.
독거노인인 A씨는 "명절을 쇠려고 수십만원을 찾아 지갑에 넣어놨는데 지갑이 사라져버려 전날부터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었다"고 호소했다.
박 경위는 파출소로 그를 데려가 선식을 먹이고는 주변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건넸다.
이후 진정된 A씨와 함께 집에 찾아가 지갑을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박 경위는 남은 연휴 기간 A씨가 또 굶주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구청 복지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기초수급지원 대상은 아니었으나 최근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방에는 며칠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말라비틀어진 사과 껍질만 놓여 있을 뿐 조리 시설도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우선 추석 연휴 동안 A씨가 굶지 않도록 즉석밥과 라면, 빵, 우유 등을 사서 찾아왔으며 연휴가 끝난 뒤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 경위는 "국가의 지원 대상이 아니더라도 우선 굶으면 안 되지 않느냐. 방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휴가 끝나면 주민센터와 협조해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