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오디오제작 1만여명 재능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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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7:51
시각장애인용 오디오제작 1만여명 재능 기부
최근 아주 특별한 오디션이 열렸다. SC제일은행 ‘착한목소리페스티벌’이 지난 6일부터 7일 양일간 SC제일은행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개최됐다. 착한목소리페스티벌은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제작, 기부하는 SC제일은행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올해는 ‘목소리 천사’ 1만 여명이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캠페인 주제는 ‘시각장애청년, 퓨처메이커스(Futuremakers)를 위한 창의적 기업가 가이드’다. 이번에 제작될 오디오 콘텐츠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스스로 강점과 자질을 발견하고 사회혁신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실린다.
오디션 둘째 날인 지난 7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로비에서 명찰과 원고를 받고 4층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사전신청을 해 대기 없이 바로 시험장으로 갈 수 있었다. ‘다름이 남다름으로’ 포스트잇으로 쓴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현장은 한 때 인기를 모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 모두가 하나 같이 낭독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이날도 전국에서 내로라는 목소리 ‘장인’들이 모였다. 양쪽 귀를 막고 조곤조곤 원고를 읽는 이가 있는가하면 성량을 과시하듯 큰 소리로 읽는 이도 있었다. 내레이션은 소리도 중요하지만 전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옆자리에 앉은 지원자 손에는 밑줄과 띄어쓰기 표시로 새까맣게 변한 원고가 들려 있었다. 지원자는 여성이 많았다. 연령대도 다양했는데 그 중에는 교복차림의 학생도 있었다.
테스트는 1·2차로 진행됐다. 1차는 마이크 앞에 서서 자기소개를 한 다음 심사위원이 정해준 문단을 읽으면 된다. 직원봉사자와 (사)한국시각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들이 직접 심사를 맡는다. 심사기준은 ‘시각장애인이 듣기 좋은 목소리,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 등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심사기준이 까다로워 현직 성우들도 낙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1차가 ‘연습’이라면 2차는 ‘실전’이다. 순서가 되면 스튜디오에 들어가 직접 녹음을 해야 한다. 원고도 바뀐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읽어 내려가는데 종이를 쥔 손이 떨리는 바람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다. 2차 테스트를 통과하면 성우와 시각장애인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선발인원은 100명이다.
합격자는 이달 중순경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다음 내달 초부터 오디오북 제작에 참여한다. 오디오북은 오는 8월 완성된다. 오디오북은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를 통해 전국 시각장애인 기관과 맹학교에 전달된다. 아울러 SC제일은행 ‘더착한TV’ 유튜브 채널에도 게재된다.
2차 테스트 대기석에서 만난 박수용(32·강원)씨는 오디션을 위해 이날 하루 휴가를 냈다. 과거 성우가 꿈이었다는 박씨는 “3년 전부터 매번 행사에 참여했다”며 “2차까지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낭독을 하는 건 낯설지만 제 목소리로 그들이 원하는 걸 충족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왕십리에서 온 김미선(여·36)씨는 “취지가 좋아서 (오디션에) 참여했다”며 “떨리진 않았지만 지원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과 지내보니 앞이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만 않을 뿐 일반인과 차이가 없더라”며 “장애가 있다고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모든 걸 도전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올해 착한목소리페스티벌은 오디션 외에도 시각장애 편견을 깨고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점자 및 점자각인도구 체험·화폐점자체험·시각장애 체험 점 이어 그리기 등이다. 시각장애인 봉사활동 안내 상담 코너도 마련됐다.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큰 호응을 얻었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