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어둠 극복 50여명의 앙상블, 지구촌 시각장애인들에 꿈·희망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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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어둠 극복 50여명의 앙상블, 지구촌 시각장애인들에 꿈·희망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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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북서쪽 끝자락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스토옙스키, 푸시킨이 글을 쓰고 글린카,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 세계적 작곡가들이 활동한 예술의 도시다. 이곳에서 열린 한 국제페스티벌에서 한국의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초청 공연을 펼쳤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7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몰니(Smolny) 성당. 무대 오른쪽의 뒤편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연주자들이 나타났다. 먼저 4명이 앞사람 어깨에 오른손을 얹고 일렬로 조심조심 걸어 나왔다. 무대 왼편의 바이올리니스트 지정석에 다다르자 맨 앞 사람이 머뭇거리며 뒤따르던 3명을 각자의 자리에 앉혔다. 이런 식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크리스천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 단원들. 사회복지법인 한빛재단이 2003년 창설한 한빛예술단은 단원만 50여명인 프로연주단이다. 모든 단원이 장애인이고 음악적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8일 열린 ‘제8회 국제장애인페스티벌’에 초청됐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상트페테르부르크시가 지원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스텝 투워드(Step Towards)’가 주관한 페스티벌에는 러시아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 온 장애인 400여명이 공연을 하거나 작품을 전시했으며 연인원 4000여명이 관람했다.

개막식에선 한빛예술단원 김종훈(46)씨가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했다.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주 연주홀인 그랜드홀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D장조 35번’을 연주했다. 김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선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둘째 날엔 한 공원에서 러시아인들에게, 셋째 날엔 공연장 핀잘(Finjal)에서 한국 교민들에게 음악을 들려줬다. 한빛예술단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김보성(49)씨가 특별 출연해 ‘마이 웨이’를 불렀다.

8일 폐막식에선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 ‘아리랑 랩소디’ 등 10곡을 연주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 신시내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재혁(48)씨가 지휘자의 음성을 단원들에게 전달하는 송수신기를 이용해 지휘했다. 이씨는 200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객원 지휘자 차인홍 선생의 초대를 받아 필하모닉 소극장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했었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씨는 14세 때 전국 장애인 음악경연대회에서 피아노 부문 1등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미국에서 공부한 후 2007년부터 한빛예술단원들을 가르쳐왔다.

연주회에는 이진현 총영사와 한국 교민, 러시아인들이 참석했다. 러시아인 류보프 스몰랴르(55·여)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악보 없이 그 많은 곡을 완벽하게 연주한 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총책임자인 발레리야 소콜로바(50·여)씨는 “모든 단원이 시각장애인인 오케스트라는 전 세계에서 한빛예술단이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음악 수준도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양수(49) 한빛예술단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든 한빛예술단이 국제무대에 설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들과 특별히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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