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 위해 진화하는 ‘흰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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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 위해 진화하는 ‘흰 지팡이’

시각 장애인 위해 진화하는 ‘흰 지팡이’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36) 애니모터스와 랜턴

‘시력을 잃으면 신체의 90%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이 신체 장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아무리 주변 환경이 좋아도 시각 장애인은 그만큼 살아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하물며 주변 환경이 열악한 저개발 국가나 빈민촌에서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면 보통 어려운 삶이 아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것처럼, 최근 들어 많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흰 지팡이’를 잇달아 개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흰 지팡이’란 명칭은 과거 미국에서 시각 장애인에게 흰 지팡이를 짚고 다니도록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보행자나 운전자가 시각 장애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흰 지팡이를 짚고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한 것.

이처럼 ‘흰 지팡이’는 시각 장애인을 의미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시각 장애인의 길 안내를 도와주는 기기’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장애물의 위치와 지형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이 꼽힌다.

사람의 촉각을 이용하여 진행 방향 제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현대판 흰 지팡이의 이름은 ‘애니모터스(Animotus)’다. 큐브처럼 생긴 이 장치는 미 예일대의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아담 스파이어스(Adam Spiers)’ 박사가 개발했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모니터로 방향과 관련된 정보를 제시하고, 음성으로 속도나 오류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내비게이션이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애니모터스는 촉감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이다. 어떻게 촉감으로 방향을 알 수 있을까? 해답은 시각 장애인들이 가장 발달해 있는 감각인 촉각에 숨어있다. 손의 촉감을 통해 사용자가 방향을 느낄 수 있도록 모양을 바꿔가면서 실시간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애니모터스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위에 있는 층이 움직이면서 방향을 알려주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직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에 있는 층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직진을 할 것을 알려준다.


애니모터스의 구조와 원리 ⓒ Yale.edu

또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에 있는 층이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왼쪽으로 가야 하면 왼쪽으로 회전하면서 길을 안내해 준다. 뒤로 물러서야 하면 위의 층은 자신의 몸 쪽을 가리키며 나오게 된다.

이 같은 촉각 방식의 내비게이션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스파이어스 박사는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길을 잃을 염려 없이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은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며 “따라서 시각 장애인의 가장 예민한 감각인 촉각을 이용하여 길을 찾는 방법을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애니모터스는 3D 프린터를 통해 제작된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기존의 모니터 방식 내비게이션과 비교해 볼 때 성능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시범 테스트에 참여한 시각 장애인들의 요청에 따라 애니모터스는 음성 기능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각 장애인들이 더욱더 안전하게 도로를 다닐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스파이어스 박사의 생각이다.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인 비콘으로 길 안내

애니모터스가 사람의 촉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내비게이션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랜턴(Lantern)은 첨단 IT 기술을 극대화 한 스마트 내비게이션이라 할 수 있다.

랜턴을 개발한 ‘유진 가오(Eugene Gao)’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광고 카피라이터다. 광고 문구를 만드는 그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시각 장애를 가진 가난한 친구가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많은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다.

가오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 비장애인들도 지하철역 내부의 복잡한 동선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하면서 “하물며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이 그런 상황을 접하게 될 때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인 비콘으로 시각 장애인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다 ⓒ EugeneGao.com

이 같은 시각 장애인들의 난감한 상황을 해결해 줄 열쇠로 가오는 ‘비콘(Beacon)’을 선택했다. 비콘이란 블루투스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로서, 어떤 신호를 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기기를 의미한다.

가오는 비콘을 지하철 통로 곳곳에 설치하면 시각 장애인들이 지하철역에서 이동할 때 스마트폰으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뉴욕 지하철역의 일정 구간에 비콘을 설치하고 시범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테스트에 참여한 시각 장애인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출구를 찾거나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역사 내의 다양한 장소에 부착된 랜턴 시스템을 통해 시각 장애인들은 길안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가오는 “랜턴은 길 안내뿐만 아니라 열차 도착시각과 안전선 위치, 출구 위치 등 다양한 지하철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랜턴은 일종의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인 만큼, 비장애인들을 위한 지하철역 인근 점포의 행사 관련 정보를 알리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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