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교원 기획 1편] "구룡중학교 영어 교사, 나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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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교원 기획 1편] "구룡중학교 영어 교사, 나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관리자 0 1325

[EBS 저녁뉴스]

385억 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장애인 교사를 뽑지 않아 올해 낸 벌금액입니다.


그만큼 장애인 교사가 없다는 건데요.


실제로 기성세대가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또 지금 학생들이 학교 모습을 생각해봐도 장애인 교사를 떠올리기는 힘듭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EBS는 오늘부터 학교에서 장애인 교사를 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이로 인한 문제와 해결 방안을 살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그 첫 번째 순서로 일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김헌용 교사를 금창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의 1학년 영어 시간.


영어 본문 내용을 설명하는 교사의 손에 흰 종이책이 들려있습니다.


'손'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된 '점자 교과서'입니다.


"천천히 읽을게요. 자, 세라부터 나오네. 아, 세라 아니고 소라네요. 그렇죠?"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김헌용 교사는 올해로 12년째 일반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둡고 밝은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중증 시각장애인이지만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점자 정보 단말기나 컴퓨터 화면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주로 출석부를 저장해놓거든요. 학생들의 출석부는 책이 없기 때문에 이 기계로 확인할 수밖에 없어요. 학습지 같은 낱개의 유인물 같은 경우는 이 기기 안에다 넣어놓고 사용을 합니다"


비장애인 교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18시간 수업하는 김 교사.


최근에는 원격 학습 플랫폼을 사용해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습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학생들과 추가적인 피드백이나 어떤 질문이나 이런 거는 또, 다시 수업이 끝나고 온라인 상에서 주고 받기도 하고요"


학생들은 김 교사의 수업을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로 꼽습니다.


박준우 1학년 / 서울 구룡중

"선생님 성격이 좀 유쾌한 성격인 것 같아서 수업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장애인 교사를 본 적이 없어 수업을 함께 잘 할 수 있을까 했던 걱정도 금새 사라졌습니다.


이시연 1학년 / 서울 구룡중

"학습지 같은 거 못 읽으실까 봐 약간 걱정되긴 했는데, 보조 선생님도 옆에 계시고 키보드 그것도 있어서 잘 읽으신 것 같아요. 선생님이 다 잘 수업 진행하셔서…"


학생들은 김 교사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학생들의 힘으로 김 교사의 출퇴근길에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됐습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발을 딱 바닥에 내딛었는데 갑자기 주말 사이에 점자 보도블록이 생겨 있는 거예요. 저를 인터뷰해갔던 친구들이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어서 점자 보도블록이 깔리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너무 고맙더라고요"


학생들과 소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 교사.


앞으로 일반 학교에도 자신과 같은 장애인 교사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라봅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학교라는 것은 더 다양해져야 한다. (학생들이) 내가 성장해서 자라갈 사회에 이런 사람들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거를 그냥 말로써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경험으로써 배우겠죠. 그런 측면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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