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공동모금회 지원사례집 '경북시각장애인 연극프로그램' 우수사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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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공동모금회 지원사례집 '경북시각장애인 연극프로그램' 우수사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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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2014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사업 우수사례집에 나온 글을 발췌해서 소개해 드립니다.

 

 

무대 위

주인공에서

   

인생의

주인공으로

   

경북 | 경상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의 자아실현을 돕는 연극 프로그램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후루룩~, 후루룩~.”

“쩝쩝! 쩝쩝!”

“우걱! 우걱! 우걱!"

   

갑자기 의성어가 쏟아지며 무대 위 정적을 깨뜨렸다. 밥 먹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크게 연출하며 잊어버린 대사를 대신한 것이다.

대사를 놓친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애드리브에 오히려 관람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고백하건대 이런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고 넘어 연극은 끝이 났다.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끝맺음이었다.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공연장을 채운 300여 명의 관람객도, 감정을 추스르던 배우들도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막이 내린 후 그 순간만큼은 장애와 비장애 같은 경계가 사라지고, 끝났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뒤섞였다.

2014년 11월 28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연극 <공기밥 추가>는 시각장애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연극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한 식당을 배경으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사랑을 담은 스토리다.

이 연극은 다채로운 문화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시각장애인들의 문화활동지원 프로그램으로 구상되었다. 육체적 장애가 우울증, 대인기피증, 두려움, 사회공포증 등의 정신적 무제로 번지지 않고, 연극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함으로써 위축되는 마음을 극복하고자 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극을 매개체로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줘 큰 호평을 받았다.

   

산 넘고 물 건너 무대 위에 서기까지

   

새롭게 개척하는 분야이다 보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 참 막막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생계나 입원 등의 이유로 단원들의 결석이 잦아 연습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때도 있었다. 대사를 외우는 것도 큰 산이었다. 점자를 이용하거나 음성 녹음을 들으며 진행하다 보니 연습 속도가 더뎠다.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은 더욱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방법은 연습밖에 없었다.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동선을 표시하고 반복해서 연습하거나, 비장애 단원이 시각장애 단원을 부축하고 이동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우리 엄마, 여기 왔었나요?”

   

딱 한 마디였다. 중복장애를 가진 딸이 외친 대사를 시각장애 3급의 엄마 이영란가명·62 씨는 무대 뒤에서 똑똑히 듣고 있었다. 딸은 자신과 함께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그리고 이 짧은 한 줄 대사를 공연장에서 내뱉기까지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거쳐야 했다. 엄마는 힘겨운 연습을 견뎌냈지만, 딸은 중도에 한 번 포기한 적이 있었다. 무대공포증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엄마’라는 힘은 놀라웠다. 끝까지 연습에 매진하는 환갑이 넘은 엄마를 지켜보면서 서른여덟 살 딸의 마음이 움직였다. 여기에 주변의 응원과 설득이 더해져 재도전하기에 이르렀다. 공연 당일, 2개월간 반복의 반복을 거쳐 외운 대사가 드디어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무대 위에 울려 퍼졌다. 자신도 수많은 인생의 주인공 중 한 명임을 세상에 알린 이 연극은 그녀 스스로에게도, 함께 무대에 오른 엄마에게도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것이 산 넘고 물 건너 이뤄낸 이번 연극 프로그램의 힘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온 만큼 <공기밥 추가>는 그저 연극 한 편이 아니었다. 삶을 늘 고단하고 우울하게 만들곤 하는 시각장애라는 커다란 벽을 스스로 깨트린 ‘사건’이었다. 인생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그제야 세상이라는 무대에 담대하게 선 하나의 통관의식이었다. 관람객들은 찬사와 환호를 보내며 그들과 함께 왁자지껄 한바탕 잔치를 즐겼다.

   

도전은 계속되고 꿈은 이뤄진다

   

“기회가 되면 다시 무대 위에 올라가 그때의 벅찬 감동과 짜릿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정남선(여·74)씨

   

“예전에는 자신감이 없으니 말할 때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곤 했거든요. 연극을 위해 발성 연습을 하고 나니 소리가 커져서 이제는 답답하다는 말을 듣지 않게 되었어요. 그 하나만으로도 제 삶이 바뀐 거죠.” 홍혜진(여·29)씨

   

공연은 끝났지만 단원들의 연극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6년 이후 경북 각 지역의 공연 시설을 돌며 순회공연을 해보리라는 꿈을 품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겠지만 일단 단원들 스스로 큰 파도를 넘어서 일궈낸 자신감과 도전의식, 그 저력을 믿기에 꿈이 이뤄지리라 확신한다.

   

 

* 시각장애인의 자아실현을 돕는 연극 프로그램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극 연습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를 이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2014년 1월 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약 1,800만 원을 배분해 시각장애인 15명이 무대에 오르는 도전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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